
책 속으로
살면서 이렇게까지 확신에 차 있던 적이 얼마나 되지? 신사역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은 채 그런 생각을 했다. 친구들이 잘 가르친다고 해서 다닌 학원, 수능 점수에 맞춰 들어간 무난한 대학과 그럭저럭 전망이 괜찮은 전공, 대충 나더러 좋다고 하길래 따져보니 같이 다니기 쪽팔리진 않을 듯해서 만났던 남자들, 지원서 수백 장을 살포하고서야 겨우 얻어 최선도 차선도 아닌 직장. 지나온 선택들에 비하면 이건 혁명적이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거의 평생을 시달려온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사람이 되고 말 것 같았다.(30~31쪽)
마른 비만에 복부비만은 다른 비만 체형보다 성인병 위험이 더 높으세요. 미용적으로도고객님은 거의 모델 체형이신데 복부만 이렇게 지방이 많아서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 순간 나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혹시 실장님도 그런 체질이신가요? 살이 찔 때는 배부터 찌고, 빠질 때는 끝까지 배만 안 빠지는 저주받은 체질 말이에요. 나는 그런 구구한 말들을 늘어놓기보다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말하고 싶은 심정은 굴뚝같았지만 내용이 워낙 주책스럽기도 하거니와 입을 떼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서였다.(33쪽)
막판에 결국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이유는 나도 설명하기 어렵다. 나는 그냥 지겨웠던 것 같다. 여기서 도망치면 20퍼센트 할인을 받고서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현금을 아낄 수 있겠지만, 밑도 끝도 없이 사기를 당하는 것 같은 석연찮음을 면할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었다. 내 배는 변함없이 공세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해 보이는 전진형 곡선을 그리고 있을 테고 평생 그것을 안고 살아온 나는 앞으로도 여전한 콤플렉스에 시달리겠지.(34~35쪽)
사뭇 비장한 심정으로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며 나는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수술을 통해 내가 바꾸려는 건 겨우 볼록 나온 배 하나만이 아니라 이다음부터의 나, 나아가 나의 인생이었다.(36쪽)
나는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안다. 나도 그를 사랑하기에 그에게서 결점을 발견하려 애쓰지 않는다. 마치 나는 몸이고 상대방은 오직 눈인 것처럼. 나는 보이고, 보여줄 수만 있다. 이 구도를 벗어난 관계 맺음은 몹시 어렵다. 나는 나보다 더 자기 몸을 불안해하는 상대를 거의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해? 이렇게 묻는 연인에게 그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나는 내 피부 바깥으로 0.1밀리미터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 하여 몸은 내가 아니지만 나는 몸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곤란은 여기에서 비롯되었으며, 모든 곤란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66~67쪽, 〈작가의 말〉에서)
마른 비만에 복부비만은 다른 비만 체형보다 성인병 위험이 더 높으세요. 미용적으로도고객님은 거의 모델 체형이신데 복부만 이렇게 지방이 많아서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그 순간 나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혹시 실장님도 그런 체질이신가요? 살이 찔 때는 배부터 찌고, 빠질 때는 끝까지 배만 안 빠지는 저주받은 체질 말이에요. 나는 그런 구구한 말들을 늘어놓기보다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말하고 싶은 심정은 굴뚝같았지만 내용이 워낙 주책스럽기도 하거니와 입을 떼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아서였다.(33쪽)
막판에 결국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이유는 나도 설명하기 어렵다. 나는 그냥 지겨웠던 것 같다. 여기서 도망치면 20퍼센트 할인을 받고서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현금을 아낄 수 있겠지만, 밑도 끝도 없이 사기를 당하는 것 같은 석연찮음을 면할 수 있겠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었다. 내 배는 변함없이 공세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해 보이는 전진형 곡선을 그리고 있을 테고 평생 그것을 안고 살아온 나는 앞으로도 여전한 콤플렉스에 시달리겠지.(34~35쪽)
사뭇 비장한 심정으로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며 나는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모든 게 달라질 거야. 수술을 통해 내가 바꾸려는 건 겨우 볼록 나온 배 하나만이 아니라 이다음부터의 나, 나아가 나의 인생이었다.(36쪽)
나는 상대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안다. 나도 그를 사랑하기에 그에게서 결점을 발견하려 애쓰지 않는다. 마치 나는 몸이고 상대방은 오직 눈인 것처럼. 나는 보이고, 보여줄 수만 있다. 이 구도를 벗어난 관계 맺음은 몹시 어렵다. 나는 나보다 더 자기 몸을 불안해하는 상대를 거의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해? 이렇게 묻는 연인에게 그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나는 내 피부 바깥으로 0.1밀리미터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 하여 몸은 내가 아니지만 나는 몸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곤란은 여기에서 비롯되었으며, 모든 곤란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66~67쪽, 〈작가의 말〉에서)
출처;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4757678
몸몸 - 교보문고
“나는 이렇게 엉망인데도 너는 나를 사랑하는구나.” ‘몸’이라는 감옥 속에 단단히 갇혀버린 ‘마음’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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