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하겠어….’
JTBC 르포작가 유승민이 쓴 《착한 대화 콤플렉스》에서는 이러한 말에 대한 우리의 불안과 갈등을 정면으로 파헤친다. 저자는 각종 보도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예쁘다’ ‘아줌마’ ‘라떼는’ 등 실제 갈등과 논란이 되는 표현을 예로 들며, 그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언어적 맥락을 풀어낸다. 현장과 밀착한 사회문제를 기록해 온 르포작가답게 쉽고 재미있는 대중적 글쓰기를 선보인다. 일상 속 생생한 사례를 통해 ‘이렇게 말해도 되나?’ 망설이던 사람과 ‘아니, 왜 말 한마디 가지고 난리지’라며 내심 불편했던 사람 사이의 간극을 세심하게 메워나간다.
《착한 대화 콤플렉스》는 단순한 언어 비판서가 아니다. 이 책을 먼저 읽은 감정사회학자 김신식은 우리 안에 “잠재된 세심함, 타인과 공존하고 싶은 의지를 같이 찾아 나서는 ‘한국인론’”이라고 극찬하며, 갈등 너머의 공존을 모색하는 새로운 길잡이로 추천한다.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고 싶지만, 모든 단어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 내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릴지 걱정해 본 적 있는 사람, 의도치 않게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표현을 썼을까 봐 스스로 검열해 본 적 있는 사람 등 갈수록 언어생활이 어렵고 불편한 현대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말의 풍경엔 사람이 있습니다. 동시에 말이란 뉘앙스와 맥락, 눈치, 억양을 피해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 말이지만, 정작 그 활자는 아무것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활자만 가지고 섣부른 판단을 해버리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보는 화두이기도 합니다. ‘잘한다, 잘해!’라는 말이 결코 칭찬으로 쓰일 수 없음을 아는 것처럼 언어는 우리가 어떻게 빚어나가느냐에 따라 때론 무례함으로, 때론 사랑으로 가닿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말은 누군가를 죽이고 있을까요, 살리고 있을까요.
「말실수가 두려운 당신에게」 중에서
우리는 너무도 손쉽게 ‘잼민이’와 ‘꼰대’와 ‘틀딱’을, ‘맘충’과 ‘개저씨’를, ‘한남’과 ‘한녀’를 일상 속 대화에 소환한다.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무시무시한 발언과 함께. 어린이도 없고, 장년층과 노년층도 사라지고, 어머니와 아버지, 남자도 여자도 사라진 세상엔 과연 누가 살고 있길래. 아슬아슬하게 운명의 기로에 선 단어들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스스로 그 어떤 차별 언어도 사용한 적 없고, 사용하지 않을 거라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
「쓰지 말아야 할 단어가 늘어가다」 중에서
말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시대라지만, 언어에 예민해진다 는 건 그저 말꼬투리 붙잡고 싸워보자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최인아 대표의 말처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우린 눈을 반짝거리며 언어를 고르고 또 골라 조심스럽게 끄집어낸다. 적어도 그 분야에서만큼은 ‘그게 그거지’ ‘그거나 그거나’ 따위의 말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영화이고, 카메라이고, 책이고, 스포츠일 테지만. 조예가 깊어진다는 건 작은 차이조차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언어의 고집이 동반되기 마련이다.
「언어에 예민해진다는 건」 중에서
우리는 너무도 손쉽게 이 모든 걸 ‘세대 차이’라는 네 글자로 일축해 버린다. 적응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존재했다는 걸 금세 망각하고, 익숙함이란 이름으로 과정을 삭제해 버린다. 훗날 무언가를 처음 접하는 이를 만났을 때 ‘왜 모르지?’라는 생각부터 떠오르는 것처럼. ‘와이파이가 뭐죠?’라는 질문에 잊고 있던 과정의 기억을 끝없이 떠올려야 했던 것처럼. 내게 당연하고 익숙한 것들도 얼마든지 상대방에겐 장벽일 수 있다. 그 당연한 걸 매일 절감하면서도 매 순간 잊고 지낸다. 나만 알고 있는 용어를 들이대면서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면 ‘아, 말이 안 통해’ ‘아, 설명하기 귀찮아’라며 게으름을 피웠던 건 아닐까. 정보격차와 언어격차를 비단 세대 차이라고만 일축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건 그저 운이 좋았고, 기회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서다.
「내가 쓰는 ‘있어 보이는 말’」 중에서
언어 감수성, 잠재적 가해자 혹은 피해자, 직장 내 괴롭힘, 차별 언어, 갑질, 가스라이팅. 하루가 멀다 하고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는 단어들. 이 역시 공감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뉴스에 나오는 갑질을 보며 ‘세상에 저런 나쁜 사람이 다 있데?’ 혀를 차면서도 정작 나는 그럴 사람일 리 없다는 믿음을 가지는 일, 감정 노동으로 고충을 토로하는 노동자 목소리에 공감하면서도 내가 불편함을 겪는 상황에선 분노를 표출해도 마땅하다 여기는 일. 과연 우리의 삶은 ‘공감’이란 단어에 얼마나 닿아있는 걸 까. ‘진짜 공감’을 강요하는 주범에 우리 스스로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걸까. 자문해본다.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중에서
단어 하나에 담긴 세상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고질적이고 낡은 관습일지언정 그 또한 우리가 걸어온 길이다. 그랬던 이 단 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직격탄을 날려오고 있다. 결혼이라는 관문 앞에 선 이들에게 ‘어느 쪽을 선택할래?’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단어에 걸린 건 비단 표현만의 문제가 아닌 자존심이자 기 싸움, 네 편 내 편을 가르는 승부, 구시대와 신시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증표이기도 하다. 많은 이가 내적 갈등을 겪은 후 저마다의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그 끝에 어떤 언어가 살아남을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소외되는 이 없이 모든 세대가 남아있길 바라본다.
「한 단어에 담긴 세상은 시공간을 초월한다」 중에서
집단이 공유하는 가치가 ‘우리’라는 시선에 갇혀있을 때 그 안에서 나오는 언어는 때로 폭력이 된다. 그러니 이건 비단 이주민이나 난민, 교포만의 이야기로 한정되진 않는다. 언어가 사람을 가두는 일만큼 잔혹한 역사는 없다. ‘우리’라는 말 안에서 도 각자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세상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아닐까.
「당신은 광장 안인가, 밖인가」 중에서
듣기 싫은 말을 들었을 때 대응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무시할 수도 있고,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다. 단호한 어조로 경고를 줄 수도 있고, 꾹 참고 넘어갈 수도 있다. 나는 A가 언젠가 다른 자리에 갔을 때 누군가 조센진이라는 발언을 한다면 그가 나에 대한 좋은 기억을 떠올려주었으면 한다. 이 단어를 뱉으면 누군가 화를 낸다는 기억이 아닌 누군가 슬퍼할 수도 있다는 기억. 내가 만났던 한국인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 이야기를 들으니 차마 그 단어는 못 쓰겠다는 말을 그로 하여금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그 기억이 옆 사람에게 또 그 옆 사람에게 전달되어서 그 말이 자연스럽게 소멸하길 바란다. 어쩌면 자발적인 힘이란 강제로 입을 다물게 만들어 버리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기에.
「상식에서 벗어나는 단어를 맞닥뜨렸을 때」 중에서
작은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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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대화 콤플렉스 | 유승민 - 교보문고
착한 대화 콤플렉스 | ‘아, 아까 그 농담은 하지 말걸….’ ‘요즘은 무서워서 무슨 말을 못 하겠어….’우리는 말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갈등과 오해를 안고 사는가. 단어 하나를 고르기 위해 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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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_INTEGER
INTEGER 의 사소한 일상이야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INTEGR 의 사소한 일상이야기 입니다. 미흡하지만.. 많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여기서는 주로 저의 사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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