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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사전

by integer1004 2025.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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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열 번 중에 딱 한 번의 기회를 아주 잘 포착하는 귀신이다. 아홉 번은 무심하다가 정말 필요한 순간에 다가와 위로 한마디를 툭 던진다. 대개 ‘거봐’라고 시작되는 걱정 한마디다. ‘거봐’라는 한마디 때문에, 무심한 줄 알았던 그가 꽤 오랫동안 내 문제를 속으로 걱정해왔겠구나 감동하게 한다. 그는 그 어떤 말들도 효력이 없다고 믿는 편이어서, 말을 아껴왔다가 슈퍼맨처럼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준다.(263쪽, 「따뜻한 무심함」)

남들이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지, 오늘은 어떤 음악을 들을지, 어느 식당이 음식을 맛있게 하는지를 생각해두는 순간에 그는, 우주는 어떤 방식으로 팽창하는지, 지구의 종말은 어떤 형태로 닥칠지, 세계 인류의 언어는 몇 종이나 되는지, 다음 차례의 빙하기는 몇 년도에 시작될지를 생각해두느라 바쁘다. 호방함은 간혹 도를 넘어서, 당구를 칠 때에도 옆 당구대로 공을 훌쩍 넘겨버리고는 공이 사라지는 묘기가 가능해졌다고 기뻐한다. 그에겐 당구대는 물론이고 이 우주가 너무 좁다.(264쪽, 「호방한 무심함」)

그는 오직 자신의 일에만 열중한다. 지구상에 희망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것을 통 알지 못해서, 지구가 멸망할 때도 하던 대로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265쪽, 「이기적 무심함」)

그는 조개를 벌리기 위해 돌을 들며, 조개를 배에 올려놓기 위해 누우며, 조개의 속살을 꺼내기 위해서만 손을 사용하며, 먹기 위해서만 입을 벌리는 수달과도 같다.(266쪽, 「유니크한 무심함」)

관계의 질량보존의 법칙을 믿고 적극 활용하려는 그는, 스스로가 무심해야 그쪽에서 관심을 드러내리란 계산을 철저히 하고 있다. 실은 아주 섬세히 모든 걸 관찰하지만, 모르는 척한다. 도무지 선물이라는 것을 건네지 않을 것 같은 그이지만, 그 관찰의 힘으로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사줄 수 있을 만큼 예리하다. 일부러 무심해 보이기 위해, 대화를 하면서도 창문 쪽을 응시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비춰 보며 자신의 표정과 헤어스타일 같은 것을 슬쩍 점검해본다, 잘 보이고 싶어서.(267쪽, 「작전상 무심함」)

겸연쩍기 때문이다. 진지한 것도 열정적인 것도 성취하는 것도, 오직 낯간지럽기 때문이다. 정색하는 모든 순간이 끔찍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무심함에 익숙해져서 그 방면에 관한 한 일인자가 된다. 그는 그래서 소탈해질 수밖에 없다. 일상의 허접함도 괜찮으며, 그저 그런 삶에 식구들의 눈총이 따가워도 뭐가 어떠냐고 소탈하게 웃어 보인다.(268쪽, 「무심한 무심함」)

스스로에게 예민하느라 타인에겐 도무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래서 남이 보기엔 무심하고 무딘 사람이나, 스스로는 예민한 사람이라 자부한다. 그런 사람의 주변에는 대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속출한다. 간혹, 그 주변인들은 험담의 야쿠르트를 마시며 상처의 반상회를 열기도 한다. 그래도 그들의 상처란, 야쿠르트 한 병치의 용량이기에 “무심해서 그랬을 거야”라고 합의한 후 가뿐히 해산한다.(269쪽, 「무심하기엔 너무 쩨쩨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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