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김훈1 허송세월 첫 문장: 핸드폰에 부고가 찍히면 죽음은 배달상품처럼 눈앞에 와 있다.내가 즐겨 마신 술은 위스키다. 위스키의 취기는 논리적이고 명석하다.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새벽의 갈대숲에서 새들이 부스럭거리고 퍼덕거린다. 새 날개 치는 소리 나는 동네는 복 받은 동네다.조사 ‘에’는 헐겁고 느슨하고 자유로워서, 한국어의 축복이다.형용사를 탓할 일이 아니라, 자신의 말이 삶에 닿아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삶을 향해서, 시대와 사물을 향해서, 멀리 빙빙 돌아가지 말고 바로 달려들자.세상살이는 어렵고, 책과 세상과의 관계를 세워 나가기는 더욱 어려운데, 책과 세상이 이어지지 않을 때 독서는 .. 2024. 6. 4. 이전 1 다음 728x90